미희의 모습이 보이자 사내는 그제서야 손을 거두었다.끼들.형사는 얼른 대답하지 않고 한참 침묵하고 있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급한 사정이라 전화 걸었습니다.혼자 투숙했나?억대 가지고 돈놀이하면 편히 앉아서 살아도 되겠네요.간호사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얼만 전까지만 해도 친절한 간호에 감사한다고 하지 않았던가.그럼 준비하고 기다려. 7시 30분에 만나기로 했으니까 차질이 없도록 미리 대기하고 있어.그 여자가 술잔에 약을 타는 걸 봤나요?그리고 민기를 향해 주먹을 내뻗었다. 민기는 그 주먹을 피하면서 이번에는 상대의 코빼기를 후려갈겼다. 몸집이 작은 승우는 민기의 적수가 못 되었다.네, 보여요.하고 중얼거렸다.뒈지고 싶어 환장했나?환자는 오른쪽 눈을 가리키며 울상을 지었다.플레이보이의 목소리였다.아파트 내부는 의외로 깨끗이 정돈되어 있었다. 소파며 침대, 장롱 같은 큰 가구들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경비원의 말로는 조만간에 주인이 내려와 모두 가져갈 거라고 했다. 전화까지 있어서 장형사로서는 더없이 다행스러웠다.승우의 말이었다. 그는 오부인의 진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럴 듯하게 꾸며대고 있었다.우유를 한 잔 주세요. 그리고 아가씨도 한 잔 들어요.대신 애꾸의 술잔을 가져왔다. 젊은 여자 하나가 저만큼 떨어진 자리에서 그녀의 움직임을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혼자 앉아 있었다. 청순해 보이는 것이 대학생 같았다. 그녀가 앉아 있는 탁자 위에는 술잔이 세 개 놓여 있었다. 아마 두 명은 플로어로 춤추러 나간 것 같았다.가까운 데 있어.너무해.오월은 매일 민들레 다방으로 나갔다. 면도날이 거의 매일 그 다방에서 살다시피 했기 때문이다.네, 그렇습니다.승우는 의자에 무너질 듯 주저앉았다. 책을 보고 있던 처녀가 고개를 쳐들고 그를 바라보았다.선생님은 무슨 일을 하세요?이젠 버릇이 돼서 괜찮아요.그런데 당신은 아직 두 명의 목을 앞에 두고 있습니다. 당신은 아마도 그 두 명의 소재를 모르고 있을 것입니다. 나는 당신보다 한 발 앞서 그들에게
법학도가 법을 무시하는 말을 하다니 정말 이상하구나.간호사는 의아한 듯 남자들을 번갈아보다가 밖으로 사라졌다.안 팔면 안 팔지 그런 짓은 안 해요.오늘은 주인 마담을 기어코 정복해야겠다고 단단히 마음을 먹고 들어섰는데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뭔가 짚이는 게 있어?정말 나머지 놈들을 죽이실 겁니까?자신의 문젠데 적극적으로 생각해 봐야지 왜 그렇게 소극적이에요. 젊을 때 고생했으면 이제 즐겨야 하지 않아요.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저기 그런데 그 여자한테서 받은 이 돈은 어떻게 하지요? 주소를 모르니 돌려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언제까지 보관할 수도 없고, 참 난처합니다.거미는 말끝을 흐렸다.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이름을 말해 봐요.승우는 잘라 말했다.그는 베란다와 방을 구분해 놓은 대형 유리문에 접근했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그는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닫고 나서 스탠드 불을 껐다.왜 붙잡지 않았죠?음, 그 여자 동생이야. 그 편으로 돈을 보낸 거야.귀, 귀여워서요.그냥 동거하고 있는 사이야.그 자가 또 걸렸나? 대단한 악질이야. 면도날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흑풍이라는 밀수 조직의 행동대장 격이지. 1년 전부터 수배중인데 아직까지 검거되지 않고 있어. 그 자를 왜 찾나? 무슨 일에 걸렸지?미희의 모습이 보이자 사내는 그제서야 손을 거두었다.그렇다면 오월이 보낸 놈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 않아?오월은 10만원짜리 자기앞 수표를 꺼내 그녀 앞에 가만히 내놓았다. 레지는 그것을 흘끔 쳐다보더니 고개를 홱 돌렸다. 자존심이 상한다는 표정이었으나 동요의 빛이 역력했다.우리가 먼저 선수를 치죠. 먹이를 던져서 유인한 다음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리죠.이제 오시는 거예요?다시 말해 나는 당신을 도와주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당신의 복수극이 성공리에 완수되기를 누구보다도 바라고 있는 사람입니다. 부디 몸조심하십시오.하고 말했다.레지가 입을 삐쭉하며 일어서서 가버렸다.뭐 말이오?세 번이나 걸었는데 받지를 않아.그년이 우리를 역습한 거야.거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