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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 한마디로 일권의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묵묵히 사인을 덧글 0 | 조회 4 | 2021-06-06 23:22:13
최동민  
그는 그 한마디로 일권의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묵묵히 사인을 했다.동선은 주인에게서 약도가 새겨진 명함을 건네받고 밖으로 나왔다.G백화점 판매기획 파트의 귀염둥이로 통하는 그녀는 지금 구름 위에 올라탄 것처럼 황홀한 기분이었다. 함께 손을 맞잡고 서있는 상대가 누구인지 알 바 없지만, 그 낯선 사내가 오늘 하루를 생애 최고의 날로 만들어 준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었다.그런데 그는 이미 동등하다고 밝혔다. 그녀의 아름다운 손과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게 엄청난 혜택이 아니냐는 얘기였다.작가들은 국장의 제의에 다분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들이 궁금한 것은 계약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그럼 아저씨 성함이 이봉영 씨세요, 시를 쓴다는?』『어서 드시라니까요. 라면은 식으면 못 먹어요.』『그건 제가 먼저 묻고 싶은 질문이에요. 은비와 어떤 사이였죠?』『이번 주말에 만나서 얘기하자. 그렇지 않아도 너랑 갈 데가 있었어.』『그걸 어떻게 알아?』『캄캄합니다. 청담동이 아지트였다는데 문이 계속 잠겨 있어요. 문 앞에 신문이 가득 쌓여 있는 걸로 봐서 그 사건 이후로 출입을 끊지 않았나 싶어요. 어디론가 잠적을 해버린 거죠.』『친구가 아니라 여자야.』 『여자라고요?』『살기 위해 먹느냐, 먹기 위해 사느냐 이런 말도 있잖습니까? 따지고 보면 먹는 일만큼 즐거운 일도 따로 없을 텐데, 섭생을 등한히 한다는 건 삶을 게을리 한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거죠.』그는 결박된 그녀의 스커트를 걷어올렸다. 그녀가 있는 힘을 다해 히프를 들어 주었다. 이빨로 팬티를 물어 찢어 버린 후 적나라하게 노출된 성역에 일권은 입술을 들이댔다. 그리고 요들송을 불렀다.상미가 일권을 호출하겠다며 공중전화로 가려 하자 동선이 제지했다.『가뜩이나 할일 많은 세상에 왜들 술래잡기로 허송세월 하는지 모르겠어요. 제 사무실을 일부러 찾아온 손님이신데 예의는 갖춰야겠죠? 처음부터 다시 인사할까요? 저는 동화조경연구소의 소장 오연화라고 해요.』그 아래에 운집한 사내들은 환호성을 올리며 용감한 스
간헐적으로 그녀의 둔부가 수축했다. 반대로 그 곳과 맞닿은 그의 중심은 팽창하고 있었다. 그녀는 무너지면서 상체를 그에게 의지했고 뒤통수를 그의 어깨에 실었다.그 긴장미의 근원이 무엇일까?『왜 갑자기?』상미가 돌아와 앉자마자 희수는 대뜸 그녀의 스커트 밑으로 손을 넣었다.『한 가지 충고를 한다면, 첫 작품이니만큼 구상 이전에 제작비 규모를 냉정하게 잡아야 해요.』고맙다고? 요 녀석아, 아무 계집애들하고나 뒹굴지 말라는 얘기야.구체적인 조건은 아직 얘기하지 않았지만 거기 모인 작가들은 어렴풋이 Wnet의 대우에 관해서 짐작하고 있었다. 아는 PD들이 미리 윤곽을 잡아 주었기 때문이었다. 스카우트를 한 만큼 기존 방송국에서 받은 수입 이상은 무조건 보장할 것이고, 향후 1년 이상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겠다는 정보였다.그런데 상대 쪽에서 즉각적인 반응이 없었다.동선은 스태프들에게 카메라를 넘기며 콧등의 땀을 훔쳤다.이제 사내는 곧장 그녀에게로 다가올 것이다. 양치질과 샤워를 마쳤고 CD플레이어에 음악을 걸었으며 여유있게 물까지 마셨으니 더 이상 할 일도 없는 터였다.어머, 그런데 왜 한 번도 뵌 기억이 없죠? 집이 가라뫼라서 맨날 기차로 출퇴근하는데.관리 파트에서 근무하는 대졸 여사원들이나 미끈한 용모의 엘리베이터 걸들이 콧대를 세우고 앞을 지날 때면 괜스레 기가 죽곤 했었다. 똑같은 정식 사원이어도 그들이 더 백화점의 주인일 거라는 열등감이 들었다.『블루맥주 최종명 사장.』『그까짓 조형연구소보다 훨씬 낫지 않을까? 잘나간다는 사진작가들 벌이가 얼마나 센 줄 알아?』그녀는 흔들리고 있었다. 버스의 엔진음에 놀라 한 걸음을 떼었지만 그의 말에 뒷덜미라도 잡힌 것처럼 움직이지 못했다.동쪽으로 비스듬히 기운 지세 때문에 시장길은 비탈졌다. 대로변의 뒷골목에 닥지닥지 붙은 점포들이었지만 만리동 쪽 언덕 너머로 떠오른 아침 햇살이 비쳐 시장 풍경은 밝았다.시인은 홀 중앙에 앉아 사인을 하고 있었다.『물론이지. 게임은 언제나 마지막까지 가 봐야 아는 거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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