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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 일랜시아 못 떠나는 게이머들의 사연은[오지현의 하드캐리] 덧글 0 | 조회 260 | 2020-12-05 10: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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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일랜시아 왜 하세요 ”

‘망겜(망한 게임)’을 소재로 삼은 한 다큐멘터리 영화 ‘내언니전지현과 나’가 화제입니다. 보통 망겜이 아닙니다. 넥슨이 무려 지난 1999년 내놓은 온라인 RPG(역할수행) 게임, ‘일랜시아’ 이야기입니다. 출시 21년차, 운영진마저 버린 옛 게임을 아직도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일랜시아가 처음부터 망겜이었던 건 아닙니다. 당시 일랜시아는 ‘바람의 나라’, ‘어둠의 전설’으로 메가히트를 쳤던 넥슨이 야심차게 내놓은 세 번째 출시 게임이었습니다. RPG 게임 메인인 사냥 외에도 요리, 낚시, 채집 등을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를 갖춰 센세이셔널하다는 평을 받았죠.

자유도도 최신 게임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높습니다. 단순히 직업군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무기 어빌리티와 아이템을 더해 어떤 직업이든 가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전사 계열 직업을 하다가 낚시를 하고 싶으면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것도 가능합니다. 미용사는 다른 유저의 헤어스타일을 바꿔줄 수 있고, 다양한 레시피로 요리도 할 수 있죠. 높은 자유도로 주목을 받은 ‘검은사막’이 20년 전 도트 그래픽 버전으로 나왔다면 일랜시아와 같았을 겁니다.

이런 일랜시아가 망겜의 길을 걸은 것은 결국 운영의 실패입니다. RPG 게임은 현실 세상을 옮겨놓은 것과 같아서 장기적으로 존속하기 위해서는 사회, 정치, 무엇보다 경제 시스템의 정착이 중요합니다. 물가가 너무 낮거나 높아도, 유·무료 아이템의 ‘밸런스 붕괴’가 일어나도 게임 내 경제는 망가져 버리죠. 게임 내에서 매크로와 불법 아이템 복사 프로그램이 판을 치고, 운영진이 이를 제대로 통제하는 데 실패하면서 일랜시아 속 사회는 급격하게 쇠락했습니다.

넥슨도 다른 게임에 공력을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영화가 나오기 전 마지막 업데이트가 2014년이니 벌써 6년이 훌쩍 넘었네요. 지금의 일랜시아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입니다. 많은 유저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남은 유저들은 매크로와 아이템 복사, 각종 해킹 프로그램을 마구잡이로 사용하면서 맵을 누비고 있습니다.

영화는 이들에게 ‘왜 아직까지 일랜시아를 하는지’ 묻는 데서 출발합니다. “요즘 나오는 게임에 비해 눈이 덜 아프다” “노트북에서 돌아가는 게임이 일랜시아 밖에 없다”는 웃지 못할 답변들이 돌아옵니다. 사실 스스로도 왜 일랜시아를 떠나지 못하는지 뾰족한 이유가 없는 셈입니다. “강점이 없다” “쓰레기 같은 게임이다” 같은 적나라한 평가도 있었습니다. 유저들은 대체 왜, 욕을 하면서도 망겜을 떠나지 못하는 걸까요.

자신 역시 16년차 일랜시아 ‘고인물’인 박윤진 감독(닉네임 ‘내언니전지현’)은 직접 길드원들을 만나 일랜시아에 얽힌 추억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국 팔도 곳곳에 살고 있는 박 감독의 길드원들은 나이, 성별, 직업은 모두 다르지만 게임으로 쉽게 친구가 됐습니다. 현실이 풀리지 않을 때, 남들 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은데 나만 제자리일 때, 일과 인생의 무게가 어깨를 짓눌러올 때··· 그들은 ‘마음대로 되는 게 없을 때’ 일랜시아와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찾았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매크로만 돌리면 되는 일랜시아가 인생보다 더 공평하게 느껴졌던 겁니다.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이 사람들은 왜 망겜을 할까”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는 왜 게임을 할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데까지 나아갑니다. 일랜시아를 개발했던 넥슨 개발자 ‘아레수’는 일랜시아를 만들었을 당시 게임을 통해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보다는,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이것저것 실현해볼 수 있는 공간을 꿈꿨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어둠의 전설’에서 새벽마다 등을 맞대고 사냥하던 게임 친구와의 의리를 지키고 싶어 터져버린 모뎀을 사러 용산상가로 달려갔던 추억을 꺼내놨습니다.

‘향수’와 ‘사람’. 길드원 ‘매송이’는 결국 두 단어 안에 답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게임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공유하는 추억이 게이머들의 발을 일랜시아 속에 잡아둔 겁니다. 마치 ‘오락실 게임’으로 불린 액션 게임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당시를 살아간 세대 공동의 기억과 집단적 경험으로 승화된 것처럼 말이죠.

“대체 그 게임을 왜 아직까지 하냐”고 쉽게 비웃지 맙시다. 게임은 때로 사람들에게 현실 속 인생이 줄 수 없는 것들을 주기도 하니까요. 다시 살아갈 힘을 주기도, 많은 차이점을 뛰어넘은 친구를 주기도, 숨 돌릴 틈을 주기도 하죠. 언젠가는 다른 모든 게임처럼, 아련한 추억 속 망겜이 되더라도 말입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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